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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엄니-_-

by 서리야 2009. 7. 22.

 

 

 

우리 어머니...

 

우리엄니랑 나랑은 살아가는 사고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고부간에 살아가는 방법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느냐만....

 

우리 엄니는 대인관계에서 성격이 좀 다혈질이여서 좀 시끄러우셨지만

늘 인심도 후하시고 시원시원해서 친구도 많으셨다.

 

난 엄니랑은 너무 달라서 소심하고 사람들과 사귀는것도 별로 좋아하지않아서

우리 엄니는 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우리 며느리는 알뜰하고 착하고 다~ 좋은데 너무 성격이 깐깐햐~"

하시며 불편한 심경을 자주 토로하셨더랬다.

성품이 워낙 호탕하셔서 구질구질하고 쩨쩨한거 싫어하시는분이

나름 며느리가 얼마나 못마땅하고 사는게 답답했을까...

 

구체적인 표현을 하자면 나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살림이 어려우면 어려운 살림에 맞게 지출을 되도록이면 줄여서

허리를 졸라매는 스타일이였다면 우리 엄니는 그게 아니다.

어렵거나 말거나 당신을 꾸미는일에나 [정말 멋쟁이셨음]

인사치레에도 과도하게... 없으면 빚을내서라도 쓰시는 스타일이였다.

 

내가 나이 마흔에 겨우 낳은 딸래미 옷 사 입힐때도 난 우리 엄니에게 늘 흉을 잡혔었다.

귀한 딸에게 옷을 크게 입혀서 얻어온 옷 입은것처럼 만든다고 -_-  

엄니가 옷을 사오시면 고급 브랜드를 아이 나이에 딱 맞게 사오시는데

나는 사이즈를 욕심내어 (물려 입힐 동생이 없으니...)몇년을 입을 수 있도록 사 입혔으니까...  

 

이래저래 나는 살림을 맡은 맏며느리로써

[살림이 넉넉하면 무엇을 아끼랴... 나도 구접스럽게 사는것은 싫다.기본적인 삶은 살아야지...

당시에 대부분 그랬듯이 우리 시댁도 빚이 정말 많았었다.] 

그러니 당시 엄니를 이해하지 못해서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엄니는 내게 어떠셨을지 몰라도 한집에 살면서 당연히 나는 엄니를 신뢰하지 못했고

그게 쌓이다보니 마음으로 엄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못했었다.

 

그렇게 살아오는동안 수십년이 흘렀고.

오늘날 우리엄니는 연세가 78세이시다.

요즘 건강하신분으로치면 아직 아프실때가 아닌데 지금 많이 아프시다.

3~4년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이시더니 병원처방을 받아서 계속 치료를 받아오셨지만

지금은 아주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최근에는 파키슨병까지 합세를해서  걷는것조차 잘 못하신다.

 

마침내 엄니는 혼자 계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내가 가게때문에 집에 없으므로...]

마침 작년에 막 새로지어서 깨끗한 요양원이 집근처에 있어서 수개월전에 그곳에 모셨다.

매일 시간날때마다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남편이 마음이 놓인다고해서...

일요일에는 교회에 다녀오는길에 요양원에들려서 엄니를 모시고나와 외식도 시켜드리고

또는 우리집에서 저녁을해서 함께 먹고 다시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곤했다.

어떤때는 남편이 우리 가게에까지 모시고와서 몇시간씩 누어계셨다가 모셔다 드리기도한다.

좁은공간이지만 가게에 내실 비스므리한게  있어서........

 

엄니가 말씀하시는것을 들어보면 정말 말 그대로 전혀~ 말이 통하질 않는다.

전혀 내가 알지 못하는 가족들 말씀도 하시고...

아마 엄니의 기억은 지금 새댁시절을 사시는것같다.

이미 돌아가신지 너무 오래된분을 당신을 보러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시기도하며

아들이 매일 찾아가건만 토옹 보러오지 않는다고 화도 내신다.

친척들도 알아보기도하고 또 새삼 금방 몰라보기도 하신다.

요양원에서는 집에 젖먹이와 고만고만한 애들밖에 없는데 집에가서 아기 젖먹여야 한다고

요양사들을 너무 괴롭힌다고 요양사들이 우리부부를보고 하소연한다.

 

젊은시절 인천의 작은섬 소청도에서 사셨다고 들었는데..

물들어올 시간이 오늘은 몇시냐 ..시며

물들어오기전에 빨랑 집에가야겠다고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는분이 벌떡 일어나시려한다.

 

엄니의 얼굴을 보면서 왜 그렇게 마음이 서글퍼지는지 내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부부 그리고 손녀딸도 몰라보시겠지...싶은게...

지금까지 그분과  살아오면서 내마음속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말도 안통하는 떼쟁이 어린애가 다 되어가시는 엄니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연민으로 인해 마음이 착잡하다.

 

 

그렇게 부지런하고 깔끔하셔서 당신 몸은 물론이거니와 집안을 반들반들하게 해 놓으시던분이

(그래서 내가 더 힘이 들었음, 나는 깔끔하거나 부지런하지 못했으므로...)

지금은 기저귀도 사용하시며 그 분 특유의 깔끔한 성품으로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다고 할때도

혼자는 도저히 꿈도 못꾼다. 옷도 당연히 혼자 못 입으신다.

식사를 하실때는 반드시 턱받이가 필요하고 반은 흘리신다.

완전히 아기가 다 되셨다. 

 

그 깔끔하시던분이...........

병이 육신을 덮으니 원래의 엄니....그분 모습은 거의 없어졌다.

너무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다.

 

☆길지 못한 인생...."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0,12)

라고 탄원하였으니 마음 한자락 내려놓고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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